스위시 감상2022. 11. 2. 11:20

          시월...나희덕 산에 와 생각합니다 바위가 산문을 여는 여기 언젠가 당신이 왔던건 아닐까 하고, 머루 한 가지 꺾어 물 위로 무심히 띄워보내며 붉게 물드는 계곡을 바라보지 않았을까 하고, 잎을 깨치고 내려오는 저 햇살 당신 어깨에도 내렸으리라고, 산기슭에 걸터앉아 피웠을 담배연기 저 떠도는 구름이 되었으리라고, 새삼 골짜기에 싸여 생각하는 것은 내가 벗하여 살 이름 머루나 다래, 물든 잎사귀와 물, 산문을 열고 제 몸을 여는 바위, 도토리, 청설모, 쑥부쟁이 뿐이어서 당신이름 뿐이어서 단풍 곁에 서 있다가 나도 따라 붉어져 물 위로 흘러내리면 나 여기 다녀간 줄 당신은 아실까 잎과 잎처럼 흐르다 만나질 수 있을까 이승이 아니라도 그럴 수는 있을까
Posted by 동제